미국 배대지 후기 | Vanta 러닝화 구매하는법 | 데일리 운동화 추천 | 해외직구하는법 공유
요즘 러닝화 디자인을 보다 보면 가볍다, 쿠셔닝이 좋다, 카본이 들어갔다는 이야기는 정말 많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눈에 들어온 Vanta 트레일러닝화는 출발점부터 조금 다릅니다.
더 좋은 신발을 만드는 것보다, 다 신고 난 뒤까지 생각한 신발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디자이너 Arr Llano가 시니어 캡스톤 프로젝트로 선보인 Vanta는
아웃도어 퍼포먼스 슈즈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문제를 꽤 재미있는 방법으로 풀어냈습니다.
일반적인 운동화처럼 여러 소재를 강력한 접착제로 붙여 하나로 만드는 대신,
신발을 다시 분해하고 수리할 수 있는 구조 자체를 디자인의 중심으로 가져왔습니다.
사진만 보면 일단 디자인부터 상당히 강렬합니다.
화이트 어퍼를 감싸는 선명한 레드 컬러의 두꺼운 컵솔이 거의 신발의 외골격처럼 보이는데요.
요즘 트레일러닝화에서 자주 보이는 테크니컬한 실루엣은 가지고 있으면서도,
어딘가 수작업 슈메이킹의 느낌도 동시에 남아 있습니다.


특히 재미있는 부분은 어퍼와 솔이 만나는 경계입니다.
접착제로 깔끔하게 숨기는 대신 연결 구조를 일부러 디자인 요소처럼 드러냈습니다.
그래서 자세히 보면 신발 둘레를 따라 스티치와 코드가 이어져 있는데,
이 부분 때문에 Vanta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완성됩니다.
처음에는 꽤 실험적인 디자인처럼 보이는데 계속 보다 보면 오히려 이 디테일이 가장 매력적입니다.
구조도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어퍼에는 Bio Dyneema 우븐 소재가 적용됐고 발등 안쪽에는 RPET 니트 삭 구조를
사용해 발을 부드럽게 감싸도록 설계했습니다.
여기에 통기성을 고려한 벤틸레이션 영역을 만들고, 뒤꿈치에는 형태를 잡아주는 힐 카운터를 더했습니다.
미드솔 역시 하나로 완전히 접착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EVA/TPEE 드롭인 미드솔 형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신발의 쿠셔닝을 담당하는 부분을 하나의 독립된 부품처럼 생각한 것입니다.
특정 부분이 닳았다고 멀쩡한 신발 전체를 버리는 대신 필요한 부분을 교체할 가능성을 열어둔 셈입니다.


개인적으로 Vanta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친환경 소재를 사용했다는 사실 자체보다 처음부터 해체할 것을 생각하고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운동화는 어퍼, 미드솔, 고무, 섬유 등 성질이 전혀 다른 소재들이 단단하게 붙어 있기 때문에
사용이 끝난 뒤 재활용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운 제품입니다.
Vanta는 그 문제를 단순히 재활용 소재 몇 가지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옛날 신발 제작에서 사용하던 봉제와 기계적인 결합 방식을 현대적인 트레일러닝화에 다시 가져왔습니다.
과거의 제작법을 뒤로 가는 기술이 아니라 미래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방법으로 바라본 점이 꽤 신선합니다.
물론 현재 Vanta는 일반 매장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는 상용
트레일러닝화라기보다 디자인 연구와 프로토타입 성격이 강한 프로젝트입니다.
하지만 최근 패션과 스포츠 업계에서 수선, 재활용, 모듈러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계속 커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런 방식이 앞으로 실제 러닝화에서도 충분히 등장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디자인이 친환경이라는 이유만으로 얌전하지 않다는 점도 마음에 듭니다.
새빨간 Vibram 컵솔과 화이트 메시 어퍼,
블랙 레이싱 시스템의 조합은 멀리서 봐도 Vanta라는 걸 알아볼 정도로 캐릭터가 확실합니다.
지속가능한 제품도 이렇게까지 공격적으로 생길 수 있다는 좋은 예 같습니다.
러닝화가 점점 첨단 소재와 복잡한 구조로 발전하고 있는 지금, 더 많이 붙이는 것이 아니라 다시 떼어낼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하나의 기술이 될 수 있습니다.
Vanta는 그런 의미에서 단순한 트레일러닝화 디자인보다 앞으로 신발을 어떻게 만들고,
고치고, 다시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꽤 흥미로운 제안처럼 느껴집니다.
.

아직 콘셉트 프로젝트 단계라는 것이 조금 아쉬울 정도인데요.
이런 구조가 실제 양산 제품으로 이어진다면 한 번쯤 제대로 신어보고 싶은 트레일러닝화입니다.